그라나다의 밤과 낮 빛을먹고사라져버린

마드리드에서 alsa 버스를 타고 그라나다에 도착했다. 저녁 나절이지만 덥다. 후끈하다.
아래에서 두번째는, 터미널에서 택시를 잡고 신호에 걸린 틈을 타 찍은 사진이다.
지나고나서 말로야 한 문장 간결하게 쓰고 말지만, 택시를 잡고 트렁크에 캐리어를 싣고
호스텔 영문주소를 아저씨에게 보여드리며 더듬더듬 설명을 하고서 한숨 돌리던 때다.
택시비 만큼의 소액 지폐가 있는지 지갑을 열어보았다. 버스에 두고 내린 것은 없나, 본다.
다행인 것은 언제나 잃어버린 것은 없었다는 거다.
다들 무시무시한 말들로 겁을 주고 소매치기니 강도니 정신 바짝 차리고 다녀야 한다고
당부를 거듭했지만 나는 지퍼도 하나 없는 에코백으로 여행 내내 잘만 버텼다.

그라나다에서 만난 이들과는 지금도 연락을 하고 지낸다.
다들 혼자여행하는 동안 빵 쪼가리에 신물이 난 우리들은 사이좋게 메뉴 델 디아를 나눠먹고,
요령있는 애교로 (볼 뽀뽀로) 타파스를 리필하며, 탭 워터를 주문하는 법을 익혔다.
요긴한 정보였으나 나는 한나절부터 낮술 퍼레이드 하던 때라 언제나 copa vino.

프리랜서 부부님을 뵌 것도 그라나다에서, 우리는 와글와글 떠들며 해질녘 알바이신을 오른다.
풍경은 그윽하고 마음은 평화롭다. 돌길과 골목, 담벼락은 한낮의 해를 아직 머금고 있다.

후진 영어로도 놀기에 부족함이 없어, 직접 제조한 샹그리아 파티는 늦도록 이어진다.
내친 김에 골목골목을 파고들며 바르를 전전한다. 맥주는 달디 달다. 타파스도. 감자칩도.   
밤의 알카사르를 마주한 바르에선 동네 청년들의 총각파티가 한창이다.
설명하기 몹시 그러한, 하지만 한 눈에 뭔지 알아볼 수 있는 커다란 풍선 복장을 한
예비신랑은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간다고 했다. (나는 또 신혼여행지를 묻고 있었네..)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낡은 다리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우리는 어설픈 영어로 수다를 떤다.
고개를 들면 조명받은 알카사르와 까만 밤, 별들이 보인다. 웃음들이 흩어진다.
2유로짜리 페트병 샹그리아에도 흥겨워, 터키쉬 애들은 밸리댄스를 보여준다.
얻어 피워본 시가에서는 초콜릿 맛이 났다.

이글루스 가든 - 여행다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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