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사람들 일상

동기모임이 있었다. 이름하야 신년회. 
고등학교 이후의 우정을 믿지 않는 이들도 많지만 이 아이들은 그런 논란과 거리가 멀다. (나만 그런거야?)
스무살에 만나서 햇수로 팔년차가 된 우리. 좁디 좁은 학교 안을 뽈뽈거리며 몰려다니던 추억이 한가득이다.

씨동 팔층에서 바라보던 한강과 서강대교. 밤섬. 그 다리를 쭐레쭐레 건너 여의도에서 노닥노닥하고
지금은 공사중인, 씨동 난간에서 발돋움하며 불꽃축제도 보곤 했다. 난 그게 참 좋았다.
동그랑땡에 모여서 낮이면 해바라기하고, 저녁이면 서교슈퍼에서 슥삭 장 봐다가 고기도 구워먹고,
(대체 과방에 후라이팬과 가스버너는 왜 이렇게 많은지) 밤이면 짬뽕에 탕수육도 비우고, 하늘은 붉디 붉고.
어느 여름인가, 내리는 소나기에 문헌관 현관으로 대피하던 기억도 새록새록하다.
(클래식의 소나기 씬 간지 따위야.. 나올 리 없다.
우선, 인물도 인물이거니와 배경음악 싱크에 맞춰 그렇게 멀리 뛸 견적이 나오지 않는다. 하하하하)
물론 문헌관 화단에 토한 기억도. 하아.. 왜 엎드려 자고 있었던거야. 아스팔트에서..

셔틀버스가 다닌다는 학교도 많다지만 대신 우리에겐 무수한 루트의 비밀통로가 있었다.
다른 학교애들이 그러더라. 우리 학교는 정문에서 후문까지 비 안 맞고 갈 수 있다고. 

맞는 말이야.......

그런 애들이다. 얘네들은. 모여서 수다를 열심히 떠는데 대략 내용들은 변함이 없고.
서로의 지난 궤적들을 빼곡히 알고 있어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었다. 잘해야지.. 잘 하자... 
무서운 인간치부책들. 
페도라 덕에 강시st 완성
핸드폰 성능 자랑중, 깜짝 놀란 나는 호들갑. 얼음물 속에서 때마침 전화가 오더라.
받았는데.. 스피커에 물 차서 대화 불가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너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이젠 됐냐?)

모자이크에서 알게 된 님께서 언제 한번 만나요, 하셨다. 언제 시간 되세요? 했다.
..쉬운 여자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한낮에 만났다. 어머, 오늘 날 진짜 따뜻해요. 햇살이 좋네요. 하며
북촌을 한 바퀴 도는데. 영하 십도였다. 인간의 적응력은 역시 대단하다. 십도의 한낮이 따스했다.
약수역 3호선 환승통로 세븐일레븐엔 별뽀빠이를 판다. 오백원.

원래 엄청 붐빈다는 화덕피자 전문점, 운이 좋았는지 둘이서 십인용테이블 점령. ㅋㅋㅋ
고르곤졸라와 가든샐러드. 새싹채소가 맛있었다.
북촌과 동네커피. 가져간 웰컴 디비디로 함께 사이좋게 영화를 보았다. 다시 봐도 찡하다.
개봉했을 당시도 추운 날이었다. 미애(당분간 닉네임 강냉이로 활동)와 대학로 cgv에서 함께 보았다.
나는 그때 마음이 몹시 정말 몹시도 힘들었다. 그런데 견뎌야 한다는 게 더욱 서글펐다. 그게 현실이니까.
아침에 일어나 머리를 감을 때마다 생각했다. 이렇게 힘든데 출근해야 하네. 이렇게 힘든데. 이렇게나.

그때 큰, 영화 속 집채만한 파도만큼의 위로로 다가온 웰컴. 나에겐 그런 영화다.

나오면서 원두를 사왔다. 그 원두가 지금 마시는 커피를 마지막으로 똑 떨어졌다.
당장 내일 아침은 어찌할꼬. 미적대다 말았는데 내일은 꼭 학교를 가리라. 오랜만에 18g 가야지.  
돌아오는 길 창덕궁 담벼락 위 환한 보름달. 아, 동네커피는 정말 좋은 동네에 있다.

이글루스 가든 - 하루에 한장. 사진 일기를 쓰자!

덧글

  • 주잉야잉 2011/01/27 23:31 # 삭제 답글

    아름다운 글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한량 2011/01/29 20:18 #

    보고파잉잉
  • 2011/02/07 02:24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한량 2011/02/14 22:58 #

    그러게요. 다시 추워졌지만, 그때만 할까요. 아 다시 떠올려도 님 뵙기 전 그 시즌은 정말......
    가혹했어요. ㅎㅎ 이월 안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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