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내어 여행 다른 사람이 되어

유럽놀이

는 훼이크.

주말에 내린다는 큰 비에 겁먹은 나머지 침대 속에서 뒹굴다보니 욕창이 생기려했다. 
마음을 고쳐먹으니 짐 싸는 건 일도 아니다. 후다다다닥 배낭을 꾸리고 터미널로 가는 길에도
날씨는 화창하기 그지없고. 어스름이 내리기에 한숨 자고 일어나니 톨게이트를 지나고 있다.

전주.

예전부터 가고싶노라 목놓아 노래를 불렀다. 더불어 익산까지 들러 '님도 보고 동생도 보고'
야무지게 전북투어를 하겠노라 결심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뿅하고 나타난 후투티.
언제나 그렇듯 얼싸안고 빙글빙글, 듣도 보도 못한 볼륨댄스 박자로 춤을 추며 걷자니
웃음이 터진다. 하하호호 웃으며 걷다보니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비.. 가 내린다. 
얕봐서 죄송합니다. 기상청.. 

맛있는 게 넘쳐난다.
아, 빨리 소화되었음 좋겠다. 왜? 이것저것 다 먹고 싶어 엉엉 하니 깃털을 찾는다.
로마귀족돋네...
비바람을 뚫고 자박자박 걸으며 동네 구경을 한다. 어쩜 이리 작고 오래되어 멋진 곳들이 많은지.
눈이 빙글빙글 돌아간다. 후투티는 어여쁜 집을 보며 침을 흘리고, 나는 가게를 보며 탐을 낸다.
이리저리 머리도 팽글팽글 돌아간다. 나중에 우리 어디서 살까. 어떤 집이 좋을까. 속닥속닥 쫑알댄다.
함께 눈이고 마음에 담아둔 것들이 나중에 다 요긴하게 쓰일 테지.  
  
그 중 최고로 꼽은 것은 바로 이 곳.
나는 주위를 맴돌며 혼자서 상황극에 심취했다.
'요즘 환절기라 그런지 감기도 안 떨어지고.. 그래서 말인데 
우리 어머니를 달여주세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어머니!'
이것은 신종 고려장이다, 하며 패륜모노드라마를 찍어댔다.
손발이 척척 맞는다. 쿵하면 짝한다.
이제는 똑같은 말하다 멈추고 서로의 등을 두드려준다.
응, 알아 알아. 무슨 말 하려는지 안다.
허허허 나도 알겠다니까.
아이고.. 이러니 내 사람 아니라고 할 수 있나. 정말로.
'나 언제까지 아기 할 수 있는데?'
계속해서 회자되는 명대사를 읊고 노는데 옆 테이블에 진짜 아가랑 눈이 맞는다.
우쭈쭈쭈. 아가는 히어어엉꾸아까! 같은 아기말을 한다. 신기하다. 뭐라는거야..
친구하자는 거야?
전동성당, 저녁 미사를 드려볼까 들어갔으나 기도만 드리고 나왔다.
자 이제 출발! 하려는데 옴짝달싹 못하게 갇힌 우리 모자.
 
덕분에 오목대를 올랐다.
오! 여긴 사람이 살고 있어!
관음욕구 채우며 휘휘 둘러 오른 길.
날이 따사로이 좋아 보이지만..
실상은 이런 것. 비가 호도도도호와타!! 내리고 있었다. 하아...... 높다란 자리에 올라 내려다보니
한옥마을 풍경이 아름다운데 발이 시렵다. 발 시렵다 동동 구르니, 널빤지가 쩡! 하고 울린다.
그래도 이런 데 오면 누워봐야 제 맛, 하며 누워 천장을 올려다보니 단청이 곱다. 바람이 쉬잉 분다.
따사로운 계절에 오면 정말 좋겠다 싶었다. 날 좋을 때 다시 오자, 하며 전주를 떠나 익산.

난이도는 별점으로
누나손카레

오랜만에 누나노릇 조금 했다. 아직 썰렁한 방을 둘러보니 처음 자취 시작하던 때가 생각나서 마음이 짠.
셋이서 배부르게 잘 먹고서 후투티를 배웅하고, (잘 가염 흑흑)
침대와 바닥에 나란히 누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진짜 꼬망이었을 때, 이렇게 매일밤 함께 누워서 이야기하다 잠들었다.
나는 이야기를 지어서 들려주곤 했다. 아주 오래 전 일인데 동생은 아직 기억하고 있다.
스토리를 다 까먹었지만 주인공 이름은 나도 기억한다. 주인공 이름은.. 해밀턴 씨.

해밀턴은 왜 해밀턴이었을까.

익산 터미널. 쥐포를 구워 주시더라.
그리고 멋진 의자를 발견했다.
이게 레알 여왕님 포스.

작고 오밀조밀한 동네들이 좋다. 쪼그만 나그네라서 쪼그만 걸 좋아한다고 누군가 놀릴 테지만.
여전히 오래된 채로 건재하는 곳들이 지닌 특유의 분위기가 좋다. 집이든 골목이든 가게들이든.
오랜 세월을 지키기 위해선 가꾸는 사람만의 철학이 필요하니까. 나름의 포스가 있다.
그건 얄팍한 사람들이 쉽게 흉내낼 수 없다. 그래서 더욱 멋지게 느껴진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올해 목표 중 하나가 '일희일비 하지 않기'다.
손바닥만한 자반처럼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는 사람. 마음에 맞지 않으면 금방 얼굴에 드러난다.
감정의 기복으로 인해 결국 스트레스 받는 사람은 나인데. 그다음은 주변의 가까운 사람이 될 테고.
마음에 중심이 있으면 가볍게 널뛰지 않을텐데. 갈 길이 멀다.

라고 써놓고 이런 게 여행의 효용이구나. 하고 헤헤 즐거워한다. 아.. 자반 자반 나는 콩자반할래.

이글루스 가든 - 여행다니기

덧글

  • 유달 2011/03/01 01:42 # 답글

    깨알같이 카메라에 담았군요.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써도 재밌을 것 같아요.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보아요 이엿촤!
  • 한량 2011/03/01 21:15 #

    100일동안 계란을 낳으면 환상의 섬으로 휴가를 갈 수 있다는 희망으로
    오늘도 힘내주시는 암탉들의 이야기가 계속 머릿 속을 맴도네요.
    들뜬 마음에 내린 암탉들을 환한 웃음으로 맞아주시는 가이드 김굽네 씨.

    이거 진짜 써볼까? 하는데 어째 월레스 앤 그로밋이 떠오르기도 하고..
  • 유달 2011/03/03 20:58 #

    써줘써줘 ㅋㅋ 석이를 위해 지어냈던 해밀턴시리즈도 쓰고 우리 같이 얘기했던 김굽니 이야기도 쓰고! 이십일세기가 낳은 가장 웃긴 동화작가가 되자 ㅋㅋ
  • 한량 2011/03/03 22:06 #

    그럴려면 그대의 팔이 필요하오. 자고로 팔을 베고 누워야 이야기가 솔솔 나오는 법!
  • pipboy2k 2011/03/01 10:32 # 답글

    우악... 제가 전주 갔을때 다녔던 루트랑 묘하게 비슷해서 놀랍고, 또 반갑고 그렇습니다. 베테랑 저집 진짜 베테랑이죠. '전라도로 오면 분식조차 비범한 것인가.'를 중얼대며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나저나 사진속 두분의 모습이 배경과 어우러져 흡사 모던보이.
  • 한량 2011/03/01 21:17 #

    칼국수가 보통 먹던 거랑 좀 달랐어요. 면도 그렇고 걸쭉한 국물도.
    풀어진 계란과 들깨가루 김가루 섞인 국물. 아.. 생각나요.
    그리고 만두도 맛있었던 기억!

    여고 앞 분식점이 역시 최고 ^^
  • 스무디 2011/03/02 21:38 # 답글

    빨간 그릇에 담긴 거는 단팥죽인가?ㅎㅎ 백년국수 포스..ㅋㅋ 한땀한땀 양복점.ㅋㅋ 재밌다~~
    후투티님 보우타이와 언니의 빨간 가디건은 동화책의 한장면 같애ㅎㅎ
  • 한량 2011/03/03 22:08 #

    응 비바람에 저 국수 가닥이 날리는데 포스있더라 ㅋㅋㅋ
    그날은 쉬는 날이라 먹어보진 못했지만 탐났어.
    시크릿 가든은 안 봤지만 왜.. 무슨 대사 중에 있지 않았어?
    이태리 장인 어쩌고 ㅋㅋ 그거 생각나서 웃기더라

    보타이! 귀엽지 헹
  • 유달 2011/03/03 23:08 #

    스무디님 안녕
    저 보타이 언니가 사줬어요 허허
  • 유달 2011/03/03 20:57 # 답글

    우리가 진짜 꼬망이였을때라니 ㅋㅋ 은근슬쩍 지금은 아닌척하네? 아 저레시피 정말 갖고싶다.. 교보엔 안파나여?? ㅠㅠ
    아 글고 저 양복점 정말.. 요즘 유행하는 것이 옛것을 따라하는 것인지 아니면 저 양복점이 유행을 읽어내는 것인지 어떤것인지는 몰라도 정말.. 색깔이며 무늬며 죽이더라 정말 ㅋ
  • 한량 2011/03/03 22:10 #

    좋은 것을 많이 파는 교보에도 저건 안 팔아요.
    걱정마시오.. 똑똑한 너는 나중에 어깨 너머로 배워 청출어람을 입증할테니.
    (어깨가 작아서 다 보임 비법을 숨길래야 숨길 수 없징)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것이 옛것을 따라하는 것에 한 표!
    한 번 들어가서 입어볼 것을 아쉽네 그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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