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나날 일상

비슷비슷해 보이는데 비슷비슷한 거 맞는 도시락들

다이어리를 보니 오월 이십오일 수요일부터 도시락을 챙겨 다니기 시작했다. 빠지지 않고 매일! 이다. 피크닉용 혹은 면회용(끄응..) 도시락이 아니기 때문에 매우 간단하고 가볍다. 드립커피 한 잔 내리는 사이 도시락 완성이다. 그냥 꺼내서 씻고 썰거나 찢어서 담으면 된다. 양상추, 토마토, 파프리카 등이 베이스고 아몬드나 건포도를 곁들인다. 플레인 요거트에 냉동 블루베리를 넣어서 먹으면 아주 맛있다. 바나나를 하나씩 들고 오는데 배가 불러 도시락과 먹기 힘들다. 두었다가 간식으로 먹곤 한다. 시장에 갔는데 단호박이 싸기에 처음으로 사봤다. 당연히 처음으로 쪄봤다. 그 예전 무도 요리대회에서 단호박은 껍질이 위로 가게 엎어서 찌라는 말이 생각나서 그대로 해보았다. 수분이 고이지 않아 질감이 밤 같다. 포슬포슬하니 아주 좋았다. 단호박은 전날 밤에 쪄서 식혀놓고 아침엔 도시락에 넣기만 한다. 오늘은 냉동실에 잠자던 새우를 살짝 볶아왔다. 버터 녹인 팬에 올려 후추를 뿌려줬다. 하나 맛 보았는데 후추향이 너무 강하게 느껴진다. 정말 오랜만의 요리... 였는데.

아침은 얼린 과일+우유로 스무디 한 잔(요즘은 바나나+블루베리), 과일 두어종류(요즘은 오렌지와 포도), 아몬드나 호두. 그리고 커피 한 잔. 점심은 대부분 출근용 도시락. 저녁은 점심과 비스무리하게 먹거나 두부 반 모와 김치, 혹은 현미 등등으로 먹는다. 요즘은 날이 더워져 과일로 끝내기도 한다. 가끔씩 맥주. 약속 있으면 치킨...

그래도 전보다 입맛이 조금 유순해진 느낌이다. 뻥 같지만 매일 우유와 남양 우유의 맛이 다르게 느껴졌다. 내가 써도 뻥 같다.. 무슨 신의 우유방울도 아니고.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음식 타박을 한다거나 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것저것 맛집을 찾아 다니는 것 보다 도시락 먹는 게 더 좋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놓고서 그렁그렁한 눈망울을 하고 추억에 잠긴다. 지난 주말 달과 함께 굽네치킨을 먹었으나 그건 양념치킨이 아니었으므로 그 달고 짭짤하고 살짝 매콤한 맛은.. 멀고 아련한 그 어떤 것.. 노스탤지어 돋네.. 그런데 지금 엉겁결에 막 떠오른 문장이 입 안에서 맴돌고 또렷히 떠오르지 않아 답답하다. 일제강점기 문인들 중 누군가 東京을 가리켜 그리움과 증오의 도시라고 했던 것 같은데. 아마도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과 설렘 그리고 내재된 분노 사이 갈등이 그런 말을 하게 했을텐데. 생각이 안 나 답답하다. 이상한 결론이다. 끝.

이글루스 가든 - 혼자 살며 음식 해먹기

덧글

  • 김김민 2011/06/10 12:00 # 답글

    한량님 도시락 정말 산뜻하고 가볍고 건강해보여요. 저도 월요일부터 다시 다이어트 겸 건강하게 먹기를 시작했는데 한량님에 비해 전 너무 많이 먹는 것 같다는 ;)) 무엇보다 '요리'를 안하니까 좋더라구요. 설거지거리도 많이 없고, 따라서 집에 냄새도 고이지 않고, 불을 안쓰니 덥지도 않고요. 남편은 좀 많이 괴로워하지만 (방금도 라면 내놓으라며..) 개인적으로는 편해요! 더운 여름 잘 보내세요.
  • 한량 2011/06/14 08:18 #

    설거지거리, 음식물쓰레기, (여름엔 더불어 처리의 어려움까지) 모조리 동감이에요 ^^
    입맛이 변했는지 점점 더 채소나 과일이 좋아지네요.
    그래서 여름이 몹시 반가워요. 그곳에도 참외가 있나요? 저 곧 참외 개시하려구요. ㅎㅎ
  • 2011/06/10 13:4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한량 2011/06/14 08:19 #

    우유 맛 다른 거 정말 신기했어요. 커피우유나 초코우유도 아니고 내가 흰 우유를 구분하다니!
    단호박과 꿀! 와.. 맛있겠어요. 콩 구운 거는.. 검은콩인가요? 서리태?
    그거 오도독 오도독 씹어먹으면 하.. 맥주를 부르네요 ^^
  • 스무디 2011/06/10 15:54 # 답글

    언니 다욧 하는구나! 얼마나 더 이뻐 지려구..ㅋㅋㅋ 나도 한달전에 졸업사진 찍느라고 다이어트 했었는데 2주동안 시험보느라 다 무너졌네.ㅋㅋㅋ 쬬꼬 무한 섭취 하고..ㅠㅠㅠ 이제 시험끝났으니 나도 시작해볼까~~~~ 우웃! 근데 진짜 살 쫌만 빠져도 바지가 낙낙해지니까 기분 참 좋더라..ㅋㅋ 근데 난 가족끼리 다같이 사니까 식단조절이 맘같이 안돼.ㅠㅠㅠ
  • 한량 2011/06/14 08:22 #

    시험은 원래 당분의 힘으로 보는거잖아. ㅋㅋ이제 끝났으면 방학 시작인가?
    대학생이 좋구나! 이번 방학은 어찌 보내려나? 국시 준비하려나?
    너는 뭘 해도 알차고 건강하게 보낼테니 ^^
    아 이태원 또 가고싶다 크크

  • 카이º 2011/06/10 20:12 # 답글

    으...아...... 엄청나게 맛있는 것들인데요 ㅠㅠ
    블루베리도 눈에 확 띄어요~
    아몬드..ㅠㅠ 단호박...ㅠㅠㅠㅠ
  • 한량 2011/06/14 08:23 #

    풀만 싸들고 다닐 때랑 다르게 단호박은 포만감이 장난아니에요.
    뭔가 배가 묵직하니.. 근데 그게 과식했을 때 더부룩한 느낌이 아니어서 좋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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