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텔에서 선잠을 잤다. 십인실 도미토리에 자기에 우리는 너무 늙었나. 나란한 이층침대에서 철창 사이로 손을 뻗어보아도 그대는 아스라이 멀고. 아침 일찍 일어나 막 문을 연 빵집에서 빵을 사온다. 장 본 것들로 카프레제, 샌드위치, 샐러드를 만들어 후루룩 먹는다. 그리고 짐을 꾸려 체크아웃. 예정에 없던 일이다. 며칠이나마 집을 빌리기로 한다. 버스를 타고 약속 장소 근처로 온다. 아, 왜 이렇게 도움 주는 천사들이 많은지. 우리는 잠시 서성이다 훌레스를 만난다. 훌레스는 아파트를 보여준다. 우리는 넋을 잃는다. 넓은 침실과 거실, 높은 천장. 테라스를 통해 스페인 한낮의 볕이 타일바닥을 물들인다. 앤틱 그 자체인 부엌은 또 어떻고. 푹신한 침대에 누워 향긋한 베개를 베니 이곳이 천국이다 싶다. 훌레스는 열쇠 두 개를 주었다. 아파트 현관과, 이 집의 문을 여는 법을 알려주고 그밖의 작은 것들, 부엌 찬장의 sal이며 oliva며 조곤조곤 일러주고 휘리릭 사라진다. 이사를 했으니 짜장면이라도 시켜먹어야 하겠지만, 우리는 햇반과 컵라면으로 축하를 대신한다. 까무룩 낮잠을 자고 일어나, 지하철을 타고 사그리다 파밀리아를 보러간다. 작년과 달리 내부가 거진 다 완공되었다. 사그리다 파밀리아에 대해선 그냥 말할 수 없다. 아무렴.. 우리는 놓인 의자에 앉아 잠시 기도한다. 이 여행을 값지게 누리기를. 서로 배려하고 나누고 함께 감동하기를 기도한다. 돌아와 저녁을 준비한다. 연어크림소스파스타, 샐러드. 그리고 스페인 맥주. 이 간단한 식사에 달은 말을 잇지 못한다. 물론, 저 무쇠로 된 냄비들을 쓰느라 손목 부상을 입어 더욱 가련하고 뿌듯해진 나는 감동이야? 하고 찡긋댄다. 함께 건배하고, 저녁을 먹는다. 난 소스를 켜켜이 품은 숏파스타가 너무 좋아. 이런 부엌에서 요리할 수 있다니 행복이야. 깊은 잠이 들었다가, 새벽에 깼다. 창밖으로 빗소리가 거세서. 장마 기세로 내리던 비가 지금은 잦아들었다. 바르셀로나, 오전 일곱시 십분. 여기 사람들은 출근하는가 보다.
이글루스 가든 - 여행다니기
덧글
그리고 너무 글을 이쁘게 잘쓰시네요^^
위에분말씀대로 계신 공간의 느낌이 글에서 매우 잘 느껴집니다
집에서 즐기면서 일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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