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디와 야외 수업 빛을먹고사라져버린

사그리다 파밀리아 역, 작은 연못 뒤 공원, 야외 수업, 구엘 공원, 까사 밀라, 다시 사그리다 파밀리아.

걷다가 볕이 더우면 생수를 들이키고 또 더워지면 그늘을 찾아 앉았다. 사그리다 파밀리아 뒤 편엔 조그만 공원이 있었다. 볕을 피하느라 성당을 등지고 앉았는데, 그곳에서 천사들의 달리기를 보았다. 네 명의 아이들이 순서대로 진짜 조그만 운동장을 가로질러 달렸다. 목표 지점엔 작은 테이블이 있고 그 위엔 감자, 우유, 콘후레이크 등이 놓여있었다. 달려가 하나를 골라 비닐봉지에 담는다. 돌아오면 그걸 받아들고 다음 아이가 뛰어가 물건을 더한다. 마지막으로 갈 수록 짐은 더욱 무거워진다. 낑낑대면서도 열심히 달린다. 선생님은 스탑워치로 초를 잰다. 먼저 달린 아이도, 기다리는 아이도 고함을 치며 달리는 아이를 응원한다.

테이블이 비고, 마지막 아이가 돌아오기에 게임이 모두 끝난 줄 알았다. 아니었다. 비닐봉지로 시작한 달리기는 장바구니, 캐리어로 이어졌다. 아이들은 마지막까지 열심히 달렸다. 마음이 앞서 와르르 쏟기도 했다. 그러면 기다리는 아이들이 펄쩍펄쩍 뛰며 각종 응원을 보냈다. 어느새 수업에 빠져든 우리도 박수치며 응원했다. 선생님은 빙그레 웃고. 이 아이들은 비닐봉지보다 장바구니, 장바구니보다 캐리어의 유용함을 달리기로 배웠겠지.

사그리다 파밀리아 코 앞에서 학교 다니다니 멋지네, 하며 돌아서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지극히 평화로운 표정으로 게이트볼을 치고 있던 한낮.
이글루스 가든 - 이뉴이트의 사진동아리

덧글

  • 2011/08/29 23:0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한량 2011/08/31 08:19 #

    미놀타 x-700이구요. 렌즈는 그냥 기본 렌즈에요.
    좀 초점이 흐릿흐릿하게 나온 것들이 있어서(의도한 게 아니었어요 ㅎㅎ)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제가 잘 못 맞춘 것+카메라 늙음.. 이 아니었을까 생각들어요.
    제 시력도 전보다 좀 떨어진 것 같구요. 눈이 뻐근한 게.. 아흑 쓰다보니 슬프네요.
  • 달망 2011/08/30 01:14 # 답글

    사진 보다가 아름다워서 울 뻔했네..
  • 한량 2011/08/31 08:24 #

    저도요.. 오래 전 같다.
  • smilejd 2011/08/30 01:14 # 답글

    여러가지 사정상 이번에 스페인을 가보진 못했지만...빠른 시일내에 한량님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가보고 싶네욤
  • 한량 2011/08/31 09:25 #

    어디 안 가고 잘 기다려줄테니 기회를 잘 노려보세요. ㅎㅎ
    저도 그렇게 가보지 않은 곳들을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지내요.
  • Fabric 2011/08/30 15:58 # 답글

    한량님 여행기 보기 전에는 스페인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하나도 없었는데 지금은 당장 티켓팅 하고 싶네요 내년 여름이나 가을에 해외여행을 하게 될텐데, 유럽까지 날아갈 시간과 경비가 있다면 스페인이 0순위에요 ㅎㅎ 말한마디 못하겠지만 이정도 음식과 날씨라면 그저 감사할 거 같네요
  • 한량 2011/08/31 09:26 #

    ^____________^ 볕은 덥지만 바람이 시원해요. 습도가 그리 높지 않나봐요.
    물론 마드리드는... 한낮에 죽음이지만요. ㅎㅎ
    가을쯤 가면 정말 좋겠네요!
  • 소소 2011/08/30 18:27 # 삭제 답글

    오셨군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스페인은 어떤 느낌일까 상상하고 있어요
    바르셀로나의 뜨거운 아스팔트 기운을 느끼면서 맥주 한 잔 들이키고 싶네요!
    사진도 글도 너무 좋아요.
    가우디는 미쳤다고 말하던 외모만 믿고 음악하는 어떤 사람이 생각나네요 :)
  • 한량 2011/08/31 09:28 #

    네 다녀왔습니다!!
    맞아요 맥주를 물 처럼 마셨던 것도 좋았어요.
    아침 맥주 점심 맥주 저녁 맥주 때로는 자기 전 맥주까지

    저도 까사 밀라 사진 보면서 그 분.. 생각났어요 ㅋㅋㅋ
    거기서 빨래 너는 걸 상상하다니 대단하셔요. 좋은 꿈나무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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