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의 이방인 빛을먹고사라져버린

마드리드는 줄곧 이글댔다. 도로의 판석에선 지글거리는 열기가 피었다. 풍경에 앞서 우리는 니콜라스의 집을 찾아야 했다. 니콜라스는 지금 미국에 있으니 대신 그의 친구를 만나 열쇠를 받으라 했다. 캐리어를 덜그럭덜그럭 끌고 에이치앤엠에 당도. 열쇠를 건네받고 우린 다시 대로를 걸었다. 그랑 비아 건너 좁다란 골목길을 헤치자 작은 동네가 나왔다. 주소만 가지고 찾는 길. 아파트를 찾아 계단을 낑낑거리며 올랐다. 그런데 정확한 호수를 모르겠는거다. 달이 고생을 많이 했다. 우여곡절 끝에 집에 들어섰을 때 지는 해가 창문을 기웃거렸다. 복층 계단을 올라 침대에 누우면 주황색 지붕이 보이고 건너편 성당이 보였다. 낮은 해가 들 때면 집은 열기를 품었다. 밤까지도 후끈했다. 그러다가도 새벽녘이면 쌀쌀해져 얇은 홑이불을 감아야했다. 나는 작년 호스텔 안내 책자에서 본 MADrid 로고를 떠올렸다.

우리는 앞서거니 뒷서거니 더위를 먹었다. 먹은 더위를 가라앉히느라 우리는 느릿느릿 움직였다. 작은 동네 중앙 광장에는 밤늦게까지 하는 화교 슈퍼가 있었다. 맥주며, 양파며, 빵이며를 사다 날랐다. 느지막히 일어나 혼자 산책을 다녀오는 길, 병따개를 사면서 나는 살림을 모으는 기분을 냈다. 이것저것 여러가지를 만들어 먹었다. 찹찹한 맥주도 아침부터 마셨다. 달은 레몬이며 라임을 넣어 샹그리아를 만들었다. 기분 좋을 때면 한낮이건 언제건 가리지 않고 홀짝홀짝했다. 집에서 솔 광장은 가까웠다. 우리는 매일 산 히네스에 들러 츄러스와 핫 초콜라떼를 먹었다. 언제든 달짝지근 손 쉽게 행복해졌다.

마드리드는 더위보다 뜨거운 열기에 휩싸여있었다. 솔 광장에는 여러 구호가 적힌 깃발이 나부꼈다. 동상마저 걸개를 짊어지고 있었다. 높은 실업률, 복지 감축 등으로 사람들은 연이어 시위중이었다. 광장 곳곳에 사람들은 여러 부스를 만들어놓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고 토론을 했다. 걷던 중 여러 골목에서 무리지어 나오는 대오와 마주쳤다.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악기를 연주하며 피켓을 흔들었다. 절망에서 돋은 신음일텐데, 이방인의 눈에는 축제처럼 느껴졌다. 달의 손에 땀이 배었다. 경찰들은 길 건너 상주하고 있었다. 무장한 차림이었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는 한번 들었다. 광장을 빠져나오던 경찰차가 시위대에 갇힌 모양이었다. 경찰차들은 한낮에 경광등을 밝히며 쏜살같이 달려가더니 곧 경찰차를 구출해왔다. 그게 다였다. 해는 뜨겁고 실탄이 있는데, 아무도 죽지 않았다. 히피의 기운이 감돌던 그 광장을 내려다보는 건 다국적 휴대폰 회사의 광고 플래카드였다. 건물 벽을 다 뒤덮은 모습을 보니 알게 모르게 입맛이 썼다. 며칠 후 플래카드는 사라져 있었다. 대신 공사 중이라 휑한 건물 벽이 드러났다.
 
이글루스 가든 - 이뉴이트의 사진동아리

덧글

  • 2011/09/07 03:4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한량 2011/09/12 21:10 #

    어머나 그랬구나 나쁜 것들! 그런 것들이 도시에 대한 인상을 휙휙 바꾸기도 하죠.
    멀리서도 명절 잘 보내고 계시지요?
    일상 이야기 잘 보고 있어요. 저에겐 롤모델 부부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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