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역국이 좋소? 된장국이 좋소?'
...
'중립국!'
이런 농담을 주워섬기며 방파제를 주욱 돌았다. 걸신 들린 듯 허겁지겁 삼킨 아침도 적당히 소화되었겠다, 느긋하게 걸어 까페로 향했다. 어제 저녁 내어주시는 커피를 넙죽넙죽 서너잔은 마시고서 감동한 우리였다. 드립커피를 하도 마셔 그런지 우리의 온갖 드립은 끝이 없고, 장소를 가리지 않고 별별 화제가 오르락내리락했다. 출발부터 그러했다.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거면서 차표부터 끊어두라고 큰소리 치던 놈에게 '넌 인생이 왜 그렇게 아슬아슬하냐!' 소리지른 애부터 시작했다. '얘가 지금 나 비정규직이라고 무시해'라며 하소연 하기에 나는 '오늘 하루도 우리의 인생이다'라고 점잖게 일러주었다. 커피가 쓰다 말해도 '니 인생이 써서 그래' 같은 아류작이 여럿 탄생되었다. 티격태격은 끝간 데 없이 이어졌다. 어린 조카 이야기를 하는 애에게 '넌 조카바보 아니라 그냥 바보.' 같은 귀여운 디스부터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애에겐 '생긴 건 갠지스에서 오십년 요가한 구루 같은데.' 라는 인신공격까지. 늦은 밤 맥주를 홀짝이다, 구남친에게 온 문자를 보고 핸드폰을 던지던 누구는 급기야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보통의 상황이라면 다들 어깨를 토닥이며 맥주를 권하거나 못된 놈이다, 하며 험담을 해줬을테지만. 우리는 다음날까지 두고두고 놀렸다. 얘, 남자 때문에 술 먹고 울었대. 하면서. 그러다가도 다같이 입을 막을 새 없이 빵 터지기도 했다. 교회 다니는 두 명 보고 차례차례 손가락을 짚어가며 개독, 개독 하더니 절 다니는 애 보고는 개불 이라고 외치는 자칭 애니미즘 신도 때문에. 손사레 치며 자긴 그냥 엄마 따라서 가끔 절에 가는거지, 열심히 믿고 그런 거는 아니라는 말에 '그럼, 너는 석가모니의 증인이니까.' 하는 종교적 아우팅 때문에.
세트장처럼 낡은 민박집. 상을 펴고 둘러앉아 술을 마시면서, 우리는 우리 모두의 과방을 떠올렸다. 그맘때만 해도 '하릴없음'이 일상이었다. 어리고 어엿브던 우리는 아무 근심 걱정없이 과방에 고여 시간을 축냈다. 손창섭도 몰랐을테다. 자신의 소설이 이렇게 널리널리 재조명 될 줄은. 우리는 함께 잉여로웠다. 방구석 고독을 털어낸 권태였다. 곳곳에서 풍요로운 느슨함이 가득했다. 그곳에서 우린 늘상 시덥잖은 농담을 주워섬기고, 찐득한 연애담을 풀어놓았다. 도처에 풍자와 해학이 횡행했다. 지갑이 홀쭉하고 학점이 빈한할 수록 더욱 유유자적했으니 그때 이미 역설의 묘를 깨우쳤나보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시간을 되새김질하면서 자책 대신 자조했다. 그러니까 어찌되었건 늘 웃었다는 이야기다.
그때보다 술은 덜 마시니, 말똥말똥한 정신으로 부루마블에 빠져들기도 하고 벽을 짚고 스트레칭 삼매경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쉴 새 없이 또 허접하고 후진 개그를 남발한다. 곰치국이라 쓰인 간판을 보고서 '만선'을 떠올리고, 곰치 아들내미 이름을 구글링하려 애쓴다. '만세전' 줄거리를 되짚어보며 이런 시모노세키! 라 소리친다. 여러모로 잘 여문 문학청년들이다. 입만 동동 산 애들답게 서로 한 마디도 안 진다. 걸쭉한 욕이 끼어들기도 하는데, 그게 더 웃겨서 여러번 들썩이기도 했다. 바다도, 커피도, 회나 생선구이도 목적이 아니었다. 그냥 우리는 옛날처럼 끈적하니 부대끼려 고생을 사서 했다. 어린이날은 개뿔, 그저 어린이 만드는 일이나 열심히 했음 좋겠다는 애들이 짐짝처럼 고속버스에 실리길 자청했다. 저린 다리를 끌고 집에 돌아오면서 강원 연고의 숨겨진 야구팀이라는 '강원 포테이토스'를 떠올리며 혼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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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굉장히 온건한 것들만 올려서 그렇지
여러모로 주옥같은 대사들이 넘실거렸어요...
덕분에 팔자주름 훅훅 패이고 흑흑
야금야금 살 찌고 있는걸..
옷이 얇아지는 계절인데 마음이 느긋한 것은 무슨 조화람 으허허
그거 보려고 너의 친구요청을 수락했다
ㅋㅋㅋㅋㅋ반가워 각시탈
좋은 계절에 태어났네 안 어울리게 ㅋㅋㅋㅋㅋ
우리도 같이 어화둥둥 여행 가야하는데
만만찮게 웃길텐데 껄껄
내일 맛있는 거 사줄거지 그럴거지 밥 안 먹고 기다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