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의 책장 <지금 아니 여기 그곳, 쿠바>

책이 나오고 사 개월 남짓 흘렀다. 이곳 저곳의 서점들을 찾았고, 몇 번 재입고 시키기도 했다. 직접 마켓에 나가 팔아본 적도 있고, 택배로 부치기도 했다. 무턱대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잔잔한 반향이 있다. 어디에? 내 마음에.

재입고를 위해 서점을 찾으면, 그 김에 근처의 서점들을 돌아본다. 책장에 잘 진열된 책을 남몰래 훔쳐 본다. 더 조심스레 사진도 찍어 본다. 마치 서점 전경을 찍는다는 느낌으로, 무심하게 찰칵. 지난 주말의 일이다. 새로 나온 책들을 훑어보고 있는데, 어떤 분이 내 책을 집어들었다. 그러면 마음이 쿵쾅쿵쾅 뛴다. 나는 더이상 손에 든 책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절대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곁눈질을 한다. 책을 집어든 분은, 마침 걸려온 전화를 받느라 내 책을 잠시 선반에 올려두었다. 서점 위치를 설명해주는 모양이었다. 응, 여기 어디로 들어와서.. 응응, 거기로 와. 대화가 이어지다, 잠시 후 그분은 서점을 나가셨다. 나는 살금살금 선반으로 다가가 엎드린 채 놓인 책을 집어들어 원래 자리로 가져다두었다. 반듯하게 각 맞춰서 제 자리로. 자기 책 앞에서 제일 소심해지는 사람. 그것은 바로 저입니다.
가끔 메일을 먼저 주시는 분들이 계신다. 새로 문을 여는 서점이라고, 책을 입고시키고 싶으시다고. 그러면 나는 너무나 기쁜 마음으로 답장을 쓴다. 들뜬 마음으로 책을 먼저 보내고, 한가한 주말 낮. 슬쩍 놀러가 보았다. 
메일에선 짐작하지 못했던, 낯익은 얼굴에 우린 서로 놀라 반가워했고. 그 덕에 나름 준비한 개업 축하 선물을 쉽게 꺼내놓을 수 있었다. 나는 책들을 한참 구경했고, 그 책을 선물할 친구의 얼굴을 떠올렸다. 수신인을 정하고 책을 고르는 시간은 즐거웠다. 나는 드로잉북 한 권과, 색연필로 그려진 엽서를 샀다. 초보 사장님은, 받으셔야 할 금액을 잠시 헷갈리기도 하셨다. 그렇게 인사를 총총 나누고 돌아오는 길. 이 다음 책도 나오나요? 물어오신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며 걸었다. 머릿속에서 책장이 팔랑팔랑 넘어갔다.


<지금 아니 여기 그곳, 쿠바>

(이태원 해방촌) 스토리지북앤필름 http://www.storagebookandfilm.com
(마포구 서교동) 유어마인드 http://www.your-mind.com/
(종로구 창성동) 가가린
(부천시 소사구) 5km 북스
(마포구 창전동) 헬로인디북스
(마포구 연남동) 별책부록
(마포구 염리동) 일단멈춤





덧글

  • 우물쭈물하지않으리 2014/12/04 15:28 # 답글

    앗! 여기 일단 멈춤!!! 맞죠 ㅎㅎㅎㅎ 인스타그램에서 봤어요 ㅎㅎㅎ 저는 항상 대형 서점만 갔었는데 이번에 소심한 책방 다녀온뒤로 이런 책방에 관심이 마구마구 생기더라고요 ㅎㅎ 여기에 한량님 책도 있다니 너무 멋진데요!! ㅎㅎ 서울 가면 들러봐야겠어요 ㅎㅎ
  • 한량 2014/12/05 09:24 #

    저 어제 님 블로그 가서 여행기들 읽어보는데
    살짝 반했어요. 멋져요.... 문장을 따라 읽어가는데 저도 모르게 감정이입.
    게다가 양념같은 부산사투리. 저도 부산 사람 지분이 있는지라
    그 뉘앙스 너무 잘 알아서 혼자 사무실에서 몰래 웃었네요. ㅋㅋㅋㅋ

    확 마 쫌!

    위 문장에서 느낄 수 있는 작가의 감정 변화를 서술하시오.

    이런 느낌, 네이티브들만 알 수 있는 그 느낌이잖아요. ㅋㅋㅋㅋ
    아무튼 여행기 아주 즐겁게 봤어요. 저도 덕분에 제주 책방도 다 구경했네요.
    일단멈춤은 이제 막 문을 열었더라구요. 아기자기 예뻐요.
    다음에 들려보셔요! ㅎㅎ
  • 2014/12/12 15:52 # 삭제 답글

    우수한 정보를 공유하기위한 감사합니다. 귀하의 웹 사이트는 매우 멋지다. 나는이 사이트에서이 정보에 감동하고 있습니다.
  • 잘생긴 돌고래 2015/01/10 15:29 # 답글

    와, 책을 쓰셨군요. 정말 기쁠 거 같습니다. 메일이 와서 열었는데 저런 내용이라면.^^
  • NOrmal A 2015/03/08 15:54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3월 14일에 장충동에서 오픈 예정인 노말에이라고합니다.

    소소 때 셀러로 참가하면서 <지금 아니 여기 그곳, 쿠바>을 보았었어요. 멋진 사진과 글과 친절하신 설명이 기억에 남습니다.

    다름 아니라 입점 문의 메일을 드리고 싶어 댓글 남기게 되었습니다.

    답변 부탁드리겠습니다. :-)
  • 한량 2015/03/09 08:16 #

    오! 장충동이면 그리 멀지 않아요.
    책 들고 직접 찾아뵐게요. ㅎㅎ
    evena1222@gmail.com 여기로 메일 주시면 연락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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