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좋은 날 어떤 동네

여러모로 기쁜 날이다. 우리는 즐거운 날을 기념하여, 퇴근 후 다시금 원서동에서 만났다. 부러 헌재 앞까지 걸어가 치킨과 맥주로 축배를 들었다. 밤바람은 찬데, 오고 가는 이들의 얼굴은 밝아 모두가 비슷한 마음임을 알았다. 배를 채우고 나선, 우리가 좋아하던 까페에 가 맥주를 더 마셨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는 길. 어쩐지 이젠 다들 헌재 앞에 모일 것만 같았다. 집에 돌아와도 싱글벙글함은 가시지 않았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나오니, 달이 전구를 달아놓았다.
아, 우리도 모르는 사이 찾아온 한 해의 끝. 이 다음엔 어쩐지 올해는 많은 일이 있었다, 로 시작되는 문장을 써야할 것만 같은데. 정말이지 많은 일이 있었다. 모두에게, 또 우리에게, 나에게. 늘상 단념과 비관을 내뿜던 내가 이곳을 마련한 것을 알고, 몇몇은 이제 그간 말해온 이야기들을 접은 것이냐 물었다. 이를테면 이민이나 퇴직 같은 것들. 어쩌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직장을 그만두고 싶어, 새로운 갈피를 찾아 헤맨 것임에도, 이 새로운 결정 앞에 더 열심히 직장을 다녀야 한다는 아이러니에 빠지게 되었으니. 그러나 나는 이 이야기가 어떤 매듭의 끝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곳은 나의 등대와도 같아서, 나는 여기 이 불빛을 바라보며 안도하고, 그 위안으로 더 멀리 떠돌 수 있겠다 생각하므로.
드디어 집의 이름이 그 주인을 찾았다. 아끼는 책이라 가져다 놓을까 말까, 새로 사서 둘까를 망설이다 집에 있던 책을 가져와 놓았다. 적당히 낡은 책을 펼치면, 군데군데 인상 깊은 구절에 줄을 그어두었다. 줄 친 부분이 몇 장 걸러 나온다는 것이, 내 감동과 닿아있다. 적당히 걸어둔 꽃, 적당히 꽂아둔 화병. 적당히 놓아둔 장난감들. 어쩌면 그게 이 공간의 아이덴티티란 생각을 했다. 적당히 혼자서 쉴 만한 자기만의 방.
늦은 밤이나, 출근 걱정이 없는 밤이기도 하여 커피 한 잔을 내렸다. 지금 여기 이 작은 책상에 놓아두고, 홀짝이며 글을 쓴다. 잔은 조금 전 비웠고, 글도 끝나간다. 머리를 마저 말리고, 길고 단 잠을 자야지. 오늘은 그래도 좋은 밤이다.



덧글

  • 2016/12/10 19:0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12/12 10:4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6/12/12 10:2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12/12 10:4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6/12/12 17:0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12/14 08:2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6/12/16 11:4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6/12/13 21:5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12/14 08:2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6/12/14 08:4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12/14 11:1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6/12/14 10:40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한량 2016/12/14 11:19 #

    어머 언제나 반가운 ㄷㅂㅁ이시네요 ㅎㅎ
    궁금해 해주시니 떨리고 설레요.
    https://www.airbnb.co.kr/rooms/15762097
    여기서 예약하실 수 있어요 ^^
    혹시 나중에라도 예약하시게 되면 메시지 보내주세요.
    제가 지금 간단한 동네 가이드를 만드려고 하거든요 ㅎㅎ
    그거 보내드리겠습니다! 흐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