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노동 어떤 동네

모르는 사람이 집에 묵는 것은 처음이다. 드디어 자기만의 방에 온 두번째 손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체크인을 기다리는데, 연락이 왔다. 집회로 차량이 통제되어 늦게 도착할 것 같다고. 기다리고 싶었지만, 이 다음 갈 곳이 있어 먼저 나와야 했다. 마지막으로 휘휘 둘러보고 난 후, 신발 신고 나오기 전 모습. 어여쁜 우리집.
뚫린 도로를 찾아 도심을 빙글빙글 돌았다. 네비가 일러주는 것과 나의 직감을 반반 섞어 전진 또 전진. 그렇게 도착하고나니 시간이 남는다. 잠시 호흡을 고르고, 마음을 다스린다. 긴장하면 배가 고픈 줄도 모른다. 점심을 쿠키 두 개와 생강차로 때웠는데도, 뭘 먹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편의점에서 물 한 병을 사들고 드디어 입성.
이름도 귀여운 연어전. 그 옛날 또록또록하던 알들이 자라, 일 년에 한 번 해방촌까지 거슬러 올라오는 날. 전시도 전시였는데, 나는 엉겁결에 워크샵까지 하나 맡고 말았다. 그리고 보통 이런 것은 한참 전에 잡히기 마련이라, 구상은 느릿느릿 느슨하게 흘러갔다. 날짜가 차차 다가올수록 계속 내 마음에 스치는 문장은 '내가 뭐라고'다. 대체 내가 뭐라고 내 이야기를 들으러 오신다는 거지. 같은 소심함. 떨리는 마음으로 진행한 워크샵은, 다행히 잘 끝나주었다. 모인 이들이 비슷한 관심사와 겹치는 취향을 가진 덕분이겠지. 자잘한 이야기들 사이, 안도와 용기를 얻었다.
빨래 돌린다고 커버를 벗겨놓으니, 달은 역시 흰색 침구가 예뻐보인다며 감탄하고, 나는 내가 골라온 등 덕에 한층 로맨틱해졌다고 자화자찬한다. 각자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조금씩 조금씩 일하고 있다. 그것은 고되기도, 즐겁기도 한다. 노동하며 이렇게 신나는 적이 과연 얼마나 있었던가. 아니, 있기는 있었던가. 강남의 결혼식을 참석하고 돌아오는 길. 운전하는 시간이 길었다. 켜놓은 팟캐스트에서 목수정 선생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만나서 기쁜 사람을 만나고, 해서 즐거운 일을 하라고. 우리가 좀 더 그렇게 살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목소리엔 확신이 묻어나왔다. 그렇게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 건네는 말. 그 말이 좋았다. 


덧글

  • 황선생 2016/12/26 08:25 # 삭제 답글

    어머 원서동으로 이사오시는 건 줄 알았는데 에어비앤비용(?)이었군요. 와~
  • 한량 2016/12/29 10:18 #

    ^^ 네 서툰 솜씨로나마 집을 단장하고, 몇 분의 게스트들이 다녀가셨어요.
    제가 여행 다니면 좋았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그런 공간을 꾸려놓고 있는데,
    취향이 비슷한 분들이 찾아주시는 것 같아 기뻐요. ㅎㅎ
  • 젠냥이 2016/12/28 22:12 # 답글

    예쁜 집으로 이사 하시고 집꾸미시는 포스팅을 본거같은데 에어비앤비도 겸하시는거였군요~ 너무 예쁜 방같아요. 자기만의 방이라니.. 이름도 너무 좋고ㅜㅠ 한번 꼭 방문해보고 싶은 그런 예쁜 집이에요^^
  • 한량 2016/12/29 10:22 #

    네, 저희는 무사히 계약 연장된 구기동에 계속 살구요. (오늘도 주차장 눈 쓸고, 출근했습니다. ㅎㅎ)
    이곳은 여행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었어요. 이름은 정말 즉흥적으로, 주린 배 움켜쥐고
    삼겹살 굽다가 떠올랐지 뭐에요...... 저도 이름 붙이고 참 좋다 좋다 했어요. 오마주의 느낌으로.
    다음에 한번 시간 되시면 놀러오셔요! 제가 북촌 코스 다 알려드릴게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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