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마음 어떤 동네

특별한 약속, 이를테면 내가 차로 서울역이라든가 공항버스 정류장이라든가 태워줄 일이 있지 않으면 체크아웃 때 부러 마주하지 않는다. 짐을 챙겨 나가는데 오죽 바쁘겠지 싶어서. 괜히 호스트 온다고 신경쓰이게 하고 싶지 않아서. 체크아웃은 어떻게 하면 되니? 라고 물어오면, 나가고 나서 나한테 메시지 하나만 줘 라고 답한다. 그러면 게스트들은 또박또박 잘 머무르다 간다는 인사를 보내온다. 그 메시지를 받고서, 집을 나서 다시 집에 이르기까지가 자못 떨리는 순간이다. 기상천외한 풍경이 펼쳐지더라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하고서. 그러나 지금껏 아이고 아이고 동네 사람들, 이렇게 외칠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게스트들은 설거지도 깨끗하게, 쓰레기 정리도 말끔하게, 그리고 게스트북도 성의껏 써주고 집을 떠났다. 여기서 좋은 기억을 많이 만들고 가서 행복하다는 말들. 그들이 머무른 날짜와 싸인. 날아가는 필기체 앞에선 고고학자의 마음이 되기도 했다. 가끔은 식탁이나 책상 위에 선물이 놓여있기도 했다. 초콜릿을 입힌 아몬드, 그림엽서, 조그만 장식품, 페미니스트 뱃지, 그리고 이름 모를 프라모델들까지. 그리고 팁은 아니겠지만, 이국의 동전들이 가지런히 탑처럼 놓여있기도 했다.

지난 겨울에 왔다가, 채 집을 떠나기도 전에 다음 예약을 잡았던 크세니아가 왔다. 우리는 말 너머의 웃음을 지으며 서로를 반갑게 맞이했다. 나는 새 카메라로 담은 사진, 그것으로 만든 엽서를 크세니아에게 내밀었다. 그렇게 좋아할 줄은 몰랐는데, 얼마나 놀라워하고 기뻐했는지. 예약 캘린더에 맞춰 머무르려면 앞 뒤의 며칠이 남는다고 했었다. 부러 앞 뒤에 다른 숙소를 잡으면서까지 다시 꼭 오고 싶었다고. 앞선 며칠은 이태원에서 묵었다고 했다. 이태원은 어땠니? 라고 물으니, 좋은 곳이지만 자기에겐 안 맞았다고. 여기가 훨씬 좋다고 말한다. 그러고는 어제 북한산에 다녀왔다고 했으니, 취향의 접점이 어렴풋이 보인다. 나는 말했다. 나 북한산 옆에 살아, 라고.

청소기를 민 후, 무릎걸음으로 기어다니며 바닥을 닦는다. 설거지 해놓은 컵이며 접시들도 꼼꼼하게 확인한다. 뜨거운 물 쫙쫙 뿌려가며 화장실 청소를 한다. 빨랫감은 늘 볕에 말리고, 켜켜이 스민 햇볕 냄새를 맡아야 안심을 한다. 적절히 책장의 책을 업데이트하고, 화분들에 물을 준다. 마지막으로 집안 곳곳을 휘휘 둘러본다. 게스트가 오기 얼마 전은 늘 떨리기 마련이다. 그날은 유독 더 그랬다. 지내는 내내 맥락에 상관없이 다음에 또 올거야, 를 반복하던 게스트. 창비 계간지를 반가워하던 그 사람. 오직 그림으로만 게스트북을 채우고 간 사람. 상면 오빠가 다녀갔다.







덧글

  • 2017/06/14 22:45 # 답글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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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6/15 12:17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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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6/20 18:43 # 답글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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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6/20 21:39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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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7/03 16:29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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