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오후 세 시부터 어떤 동네

마감을 끝냈다는 크세니아를 태우고 낙산공원으로 향했다. 북한산에 다녀왔다는 말에 낙산공원도 가 보라고 추천했었는데, 그 말을 듣고 그 동네에 다음 숙소를 잡았다고. 날은 무덥고, 우리는 에어컨 바람을 쐬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쪽쪽 빨았다. 드라이빙 까페라며 잠시 웃었다. 크세니아는 마침 나오는 음악을 듣고는 블랙 스커트!라고 외친다. 오! 홀리데이 조 알아? 이거 새 앨범이야, 라고 말하니 그러냐고 되묻는다. 목소리 듣고 알았다고. 그런 크세니아가 서울에서 작업한 일들에 관해 이야기 한다. 책을 하나 썼다고, 거기엔 이곳에서의 사진도 들어있다고 했다. 창 밖의 러닝보이를 담은 사진. 그렇지. 거의 대부분의 날들, 창 밖의 러닝보이를 볼 수 있는 집.

그 동네의 계단은 까마득히 높아서, 우리는 함께 망연자실했다. 괜찮다고 손사래치는 크세니아에게 진짜로 괜찮다는 얼굴로 함께 가방을 날랐다. 다 올랐나 싶으면 다시 나타나는 계단 덕에, 둘다 땀범벅이 되어서야 가방을 부려놓을 수 있었다.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할 땐, 자연스레 껴안았다. 젖은 앞섭도 개의치 않고 그렇게 꽉. 진심을 담아 그렇게.

앤트워프에서 온 크세니아에게도, 캘리포니아에서 온 베타니에게도, 나는 능청스럽게 화분 물 주기를 부탁했었다. 일주일에 한 번 물을 주면 돼. 부탁할게. 란 말에 오, 물론이지를 외친 베타니에게. 나는 땡스 마미! 라고 외쳤다. 마미들이 사랑으로 돌봐준 덕일까, 오랜만에 만난 몬스테라는 새 잎을 커다랗게 틔웠다. 무르익지 않은 연두색이 아니었다면 새 잎인줄도 모를 만큼 커다랬다. 나는 잠시 제철 식물이란 생각을 했다. 고온다습, 너에게 참 좋을 때구나 하고. 커피 테이블 옆 테이블 야자 역시 키가 껑충 자랐다. 아란 씨가 선물해 준 개운죽도 자그만한 이파리들이 싱싱하다. 가느다란 뿌리도 제법 무성해졌다.

오늘 밤, 홍콩에서 보보가 온다. 보보라면야 서울의 장마철 습도쯤은 가볍게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응원하는 마음이 크다. 보보가 팔 일동안 머무르다 가면, 다음 게스트가 온다. 용기내어 먼저 초대한 게스트. 언니라고 불러본 적 없지만, 언니라고 부르고 싶은 사람. 시와 언니가 온다. 나는 벌써부터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디카페인 커피를 마셨음에도. 두근두근, 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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