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들의 고향 어떤 동네

칠월이 되기 전이었나, 문득 용기를 내어 메시지를 보내보았다. 그리고 온 답장. 괜히 보낸 것일까 걱정하던 것이 무색해질만큼 반가워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몇 번의 메시지가 오고 간 후, 우리는 칠월의 금요일에 만나기로 했다. 내 얼굴을 모르니 드레스코드를 정해야 한다는 말에 나는 냉큼 레드라고 말했다. 부토니아 생각을 지우고, 더위를 무릅쓰고 긴 소매 블라우스를 입고 나선 길.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곧 우리는 만났다.

두 종류의 파스타를 나눠먹으며, 샹그리아 잔도 부딪쳤다. 사적인 자리에서 처음 만난 가수와 팬이라기엔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터져나왔다. 우리는 서울의 집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거기엔 당연히 때 되면 이삿짐을 싸고 푸르는 지난 삶이 녹아있다. 부모 품을 떠나 살아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사연들. 발품과 발품 사이. 그리고 지금의 사는 이야기, 앞으로의 계획 같은 것들이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정성스런 선물과 편지를 한아름 받아들고서, 집으로 향했다. 나는 다시금 호스트 모드가 되어, 늘 그런 것처럼 가벼운 브리핑을 시작했다. 거실에서부터 시작해 침실로 넘어가는 찰나, 갑작스런 포옹과 눈물. 이상하게 난 그때 그분이 언니처럼 여겨졌다. 이곳을 이렇게 좋아해준다는 사실이 고맙고, 사실 이런저런 이유 없이 그냥 좋고 반갑고 다 그런 마음. 아마 서로 비슷하지 않았을까. 보통의 게스트와 다르게 나를 붙잡는 언니. 커피를 내려 잔을 두고 다시 앉았다. 흐르는 이야기 사이 종종 전화가 왔다. 공연 일정을 조율하는 전화. 그럴 때면 언니는 내가 알던 뮤지션이었다가, 전화를 끊으면 다시 언니가 되었다. 상상하던 것보다 더 소탈하고 발랄한 사람. 원래부터 아는 언니 같은 언니. 
사진을 찍어도 될까요, 란 말이 끝나자 말자 포즈부터 잡았다. 이렇게나 자연스럽게. 잠시 같이 웃고선, 다 가져오지 못한 짐을 가져오려 집을 나섰다. 언니가 든 조그만 가방에선 손수건도, 부채도 계속 튀어나왔다. 원서 공원즈음에선 아마 같이 사진도 찍었을 거다. 유난히 습한 날이어서 나는 땀을 흘리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이 모든 것이 너무 신기하고 놀라워 마음이 뛰었다.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또 염치없이 화분에 물 주는 것을 부탁했다. 당연히 그러겠노란 확답이 돌아왔다.

일곱 시간의 시차를 두고 종종 메시지가 오고 갔다. 나의 아침, 언니의 오후. 나의 오후, 언니의 밤. 언니의 조카가 훌라후프를 돌리는 것을 보고는 박장대소했다. 샹송이 흐르는 거실을 담아 보내기도 했다. 원서동에서 새로 만든 노래라며 보내준 영상에는 익숙한 창이 보인다. 나는 그 노래를 스피커에 연결했다. 라이터를 찾아 초를 켰다. 오래된 아파트의 낡은 마루가 삐걱거리고, 조금 열어둔 창으로 바깥 소리가 들려온다. 원서동에서 갓 만들어진 노래가 파리와 섞여든다. 공간에 스미는 언니의 목소리. 그리고 기타.

보름이 지났다. 공항에 도착하니 메시지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시청과 광화문을 지나며 메시지로 전송된 노래를 들었다. 그건 이제껏 상상해 보지 않은 기쁨이었다. 무더운 여름, 자기만의 방에서 태어난 '낯선 이에게'와 '부드러운 힘'. 원서동은 그 노래들의 고향이 되겠지.  언니는 연희동에 초대해 밥을 해주겠노라 했다. 나는 그 식탁이 무척 기다려진다.

덧글

  • 시와 2017/08/13 04:42 # 삭제 답글

    이거슨 초대의 압박 :-) 부드럽고 기분 좋은 압박
  • 매료 2017/08/14 01:08 # 답글

    한량님의 글과 시와님의 덧글까지 너무 잘 어울리는데요~ 저도 자기만의 방에 가을 하늘이 담길때쯤 도전을!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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