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은 헝가리어로 뭘까 어떤 동네

늦여름 도착했던 페트라가 며칠 전 떠났다. 사십여일의 시간. 페트라는 몇 가지를 남겼다. 헝가리 관광청에서 만든 부다페스트 안내서, 부다페스트 가이드북, 그리고 빼곡하게 쓴 헝가리 디저트 레시피와 재료. 레시피로 만든 디저트도 선물로 남겨두었다. 오븐도 없는 집에서 어찌 이런 것을 다 만들어냈을까 싶은. 그리고 손으로 쓴 메시지와, 길고 긴 후기도 남겼다. 자기 대신 남산 타워와 인왕산에게 안부 인사를 전해달라고 했다. 매일 밤 그리고 매일 아침, 그들을 바라보는 것이 행복했다고. 무엇이 페트라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부다페스트에 오게 된다면 꼭 연락하라는 말을 하며, 페트라는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한국에 정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있다고. 그러니 지금의 안녕은 영원한 안녕이 아니라고. 언젠가 다시 만나자고. 한용운이 아니 떠오를 수 없다. 나는 Inyeon에 대해 쓰기 시작했다. 그 두텁고 질긴 개념을 설명하기에 내가 잇는 단어들은 투박하고 조악했다. 다행히 페트라는 너그러이 이해해주었다. 서울이든 부다페스트든 아니면 다른 어느 곳이든,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몰라. 그때까지 건강히 잘 지내. 만국의 인사는 모두 비슷한 맺음말로 끝난다. 당신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말들. 다른 언어들 사이의 비슷한 마음들. 진부함 속에 담긴 진리들.  
못 본 사이, 식물들은 또 훌쩍 자라있다. 물을 뿌리고 이파리 하나하나를 정성들여 닦아주었다. 봄과 여름을 무사히 났으니, 가을 겨울도 잘 지내보자는 마음에서였다. 계절이 지남에 따라 해의 각도도 비스듬히 기울었다. 깊숙히 들어온 볕에 빨래는 바삭바삭 잘도 마르고. 잘 마른 이불을 걷어낸 후, 세탁실 작은 의자에 앉아 밖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구름이 오묘한 무늬를 그린다. 해는 인왕산 너머로 숨었다. 어젯밤엔 무심코 페트라의 메신저 인삿말을 보았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한글로 또박또박 그리 써놓았다. 처음엔 웃음이 터졌다가, 이내 진지해졌다. 그 마음이 무슨 마음인지 알 것 같아서. 나도 비슷한 마음을 먹고 있으니. 불안함과 불확실함 가운데서 뜻을 분명히 세우고 길을 찾으려는 마음. 나는 페트라에게, 그리고 나에게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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