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달을 매단 밤 빛을먹고사라져버린

포르투에서 뮌헨을 거쳐 인천으로 향하는 길. 동유럽을 지나 몽골과 러시아 상공을 거치는 항로. 총 비행 시간은 아홉 시간 오십 분이라 했다. 게이트 앞 줄이 줄어들기를 기다려 비행기에 오르니, 먼저 탄 승객들의 눈은 죄다 모니터에 꽂혀있다. 대한민국과 독일의 경기가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었다. 나는 한 눈을 팔다가도 기내에서 함성이 일면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엎치락 뒤치락 모두들 애를 쓰는 사이 비행기는 이륙했다. 그리고 경기 막바지에 이르러 얻은 두 골. 사람들은 박수를 치고 휘파람을 불고는 잠시 웃었다. 우리가 탄 비행기가 루프트 한자여서 더욱 그랬을 것이다.

좌석 지정을 미리 안 한 덕에 창가 쪽 세 자리 중 가운데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복도 쪽 좌석에 앉은 분이 화장실에 가시면, 그 틈을 타서 나도 후다닥 몸을 일으켰다. 커튼이 쳐진 갤리 앞에서 이리저리 어줍잖은 스트레칭을 한다. 두 손을 깍지 낀 채로 쭉 뻗었다가 앞으로 나란히 자세로 허리를 숙인다. 그렇게 뻐근한 온몸에 숨 쉴 틈을 주려 애쓴다. 어쩌면 집에서보다 더 열심히.

피 쏠린 얼굴을 하고서 허리를 편다. 눈 앞의 비상탈출구엔 작은 창이 있었다. 기내의 창은 모두 닫혀있는데 여긴 살짝 열려있다. 나는 창을 밀어올리고 저편의 달을 본다. 지금껏 본 것 중 가장 또렷하고 아름다운 달. 동쪽으로 날아가는 비행기의 꼬리 끝에 매달린 달. 달의 테두리는 아주 선명했다. 정직하고 솔직한 아름다움. 그 옛날 물 떠놓고 손 비비며 바라보던 달이 이러했을까. 나는 저 달에 뭐라도 맹세를 해야겠다 싶었다. 변하지 않는 것에 귀한 것을 약속하고 싶은, 단순하고 오래된 마음. 저 달에 내 사랑을 맹세해. 자리에 돌아와 귓가에 속삭인 말은 진심이었다.

덧글

  • 타누키 2018/07/04 11:10 # 답글

    사진 좋네요~~
  • 한량 2018/07/11 11:26 #

    감사합니다. ^^
  • 도파 2018/07/05 04:13 # 답글

    글 제목도 좋네요
  • 한량 2018/07/11 11:26 #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 캐롤라인 2018/07/10 21:54 # 삭제 답글

    정말. 사진도 글 제목도 다 좋아요.
    이 이야기도 책으로 엮여서 나올까요? 다시 짐을 꾸리던 이야기부터 차곡차곡 올라오니 벌써 기대돼요. :)
  • 한량 2018/07/11 11:27 #

    여행 중에 시간을 짜내어 올리려던 계획은 중반 이후 그만.. ㅎㅎ 다녀와 사진들 보며 천천히 올리고 있어요. 부디꾸준히 다 쓸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흐흐
    그 공기가 벌써 그립네요.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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