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영하는 시간, <Barcelona>와 <Cuba> <엽서북시리즈>

둥근 수영장 안에서 맴을 돌던 이야기를 쓰고, 한 달이 흘렀다. 그래서인지 지난 한 달도 물 속에서 보낸 것만 같다. 폐를 부풀려 삼킨 공기를 조금씩 아껴가며 발장구를 친다. 입가로 공기방울을 뿜어내며 턱 밑에 모은 두 손을 다시 활짝 밀어낸다. 길고 긴 잠영. 나는 얼마나 헤엄을 쳐 왔는지.

툭툭 흘러가는 시간 안에서 달력을 자주 들여다 보았다. 거기엔 여러 약속들이 새겨져 있다. 오고 가는 사람들. 해야 할 일들. 미리 잡아놓은 약속과 갑작스레 마주하는 얼굴들까지. 이 여름 흘러가는 것이 아쉬워 시작한 작업도 처음엔 수영에 관한 것이었다. 수영이나 수영장에 관한 사진들을 모으고 싶었다. 마음 속으로 가만히 제목도 정해두었다. 비슷한 두 단어를 나란히 놓으면, 그건 물을 가르는 기역자의 팔, 엇갈린 팔이 만들어내는 리듬과 가까워 보였다. 그러다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어떤 변덕이 끓어서인지, 나는 폴더를 접고 말았다. 그리고 오른쪽 클릭으로 새로운 폴더를 만들어냈다. 야심이 찬 건지 숨이 찬 건지 모르게 한번에 두 개나.

그렇게 착수한 작업은 하나는 완성, 하나는 완성을 기다리고 있다. 최종 파일을 넘기고 나선 달력보다 일기예보를 자주 보았다. 왠지 모르게 그런 마음이 있었다. 날이 맑고 맑아야, 쨍하고 또렷하니 색이 잘 입혀질 것이라는 마음. 태풍이 한반도를 덮친다 했을 때도, 나는 인쇄소와 그 안의 육중한 기계들부터 떠올렸다. 부드럽고 매끈한 종이들과 그것들이 내뿜는 책 냄새를. 조그만 책 안에서 펼쳐지는 건 완연한 여름이었다. 정말이지 또렷하고 강렬했던 이 계절, 아마 오래오래 기억하게 될.

<Barcelona>

<Cuba>

그리운 마음을 담아 두 권의 엽서북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각기 다른 서른 장의 엽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도시를 대표하는 상징들 대신, 평범하게 마주친 장면들을 담았습니다. 산책길에서, 위태로운 바위 위에서, 때론 물가에서 젖은 손으로 카메라를 들고 필름을 끼운 보람이 있습니다. 사진을 고르고 글자를 올리며 순서를 고심하는 동안 몹시 즐거웠습니다. 두 권의 엽서북을 만드는 사이, 하늘은 성큼 높아졌습니다. 펼쳐본 책장 사이엔 지난 여름들이 고여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새 책의 냄새는 참으로 좋네요. <Barcelona>와 <Cuba>는 9월 마지막 주 주말, 한남동 디뮤지엄에서 열리는 퍼블리셔스 테이블에서 처음 선보일 예정입니다. 시간 되시는 분들께선 놀러 와 주세요. 감사합니다. :)

덧글

  • 2019/09/17 15:4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9/09/26 14:2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9/09/26 14:2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9/09/26 14:3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9/09/26 10:3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9/09/26 14:2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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