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로 38주, 이제 누가 봐도 만삭이 되었습니다. 밥을 먹기도 하고, 커피를 마시기도 하는 큰 테이블 앞에 앉아 노트북을 열면, 배가 테이블에 닿아요. 굴하지 않고 도닥도닥 자판을 두드리다 보면 자리가 불편해 그러는지 아기가 뱃속에서 마구 밀어댑니다. 보통은 무시하고 그냥 하던 일을 하는데, 너무 심하게 밀 땐 갈비뼈 아래쪽이 결려요. 그럼 허리를 펴고 배를 통통 두드려줍니다. 이것 좀 할게. 말도 겁니다. 아기의 자세는 거꾸로 앉은 자세. 머리는 제 배꼽 근처에 있고, 엉덩이는 왼쪽 윗배쯤 다리는 오른쪽 윗배쯤 있다고 의사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하루에 몇 번은 딸꾹질도 합니다. 규칙적인 진동이 열 댓번은 이어져요. 그럼 아, 여기가 머리겠거니 하고 손을 대어봅니다. 37주가 지나자 임신 초기에 금기시하던 일들은 모두 권장사항으로 바뀌었습니다. 왜냐하면 이제 언제든 아기가 나와도 좋다고 했거든요. 진통의 간격을 재고, 그 길이가 5분이 되면 병원에 와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겁이 더럭 나서 진통 어플을 검색해 받아두었습니다. 아직 느껴보지 못했는데,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 하니 닥치면 모를 수가 없는 일이라는 글들을 읽었습니다. 이렇게 인터넷에 질문글을 쓰지도 못할 만큼요.
그러니 아직은 나오지 않으려나 봅니다. 무엇을 쓰기가 힘들어 블로그도 밀어두고, 청탁받은 원고도 다른 방향으로 마감해 놓고 마냥 미안해 했는데, 언젠가 받은 전화가 그야말로 전화위복이 되었습니다. 단행본을 같이 내자는 이야기였어요. 주제는 자유, 분량은 안 자유, 마감은 여름. 저는 너무 기뻐 제안을 덥석 물었습니다. 이제는 때가 된 것일까? 전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이런 기회를 누구보다 기다려 왔는지 몰라요. 강한 동력이 생겼습니다. 원래 원고를 쓸 땐, 블로그의 기록들이 정말 중요한 소스가 되었는데 이번엔 그게 없잖아요. 그래서 파일을 하나 만들었어요. 쓸 이야기들을 얼기설기 시간 순으로 기록한 파일을요. 이야기는 계속 이어지고 그때마다 셀 추가는 계속됩니다. 그걸 띄워놓고, 지난 시간들을 복기하며 한 챕터씩 쓰고 있어요. 아이스 커피 한 잔 옆에 두고, 하루에 조금이라도 쓰자는 마음으로요. 아기 낳기 전에 최대한 진도를 빼놔야 하지 않을까, 달려가고 있습니다. 낳고 나선 어떤 일이 닥칠 것인가 저는 아직 모르니까요.
@ones_own_seoul
작은 계정을 하나 만들어 보았습니다. 매일 써봐야지, 했는데 역시나 어렵네요. 친구도 하나밖에 없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놀러와 주세요. 북페어에서 만나자는 이야기를 건넬 때 같네요. :)
덧글
잘 있답니다!
암튼 이런 질문이 괜찮을까요? 작가님이 찍은 사진 감성이 너무 좋아서 그런 사진을 저도 찍고 싶은 마음에 여쭙습니다. 혹시 쓰시는 필카랑 주로 애용하는 필름은 어떤건지 알 수 있을까요? 조심스레 여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