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Sum Hongkong & Macao (1) 풍류한마당


#기억의 연쇄작용.

뭘 들을까, 하다가 오랜만에 상옹 앨범을 꺼냈다. 작년 여름 무렵 나온 6집 '그땐 몰랐던 일들'.
아 좋다. 하고 있노라니 슬금슬금 지난 여름이 떠오른다. 그때의 기분 느낌 바람 같은 것들 모두.
스물다섯 여름. 
(고작 한 살 더 먹었을 뿐인데 이렇게 써놓고 보니 참 말캉말캉 귀엽고 어여쁜 어감이다.)
사귀면서 한 번도 싸울 일 없던 그 사람과는 헤어지면서도 서로에게 미안한 마음만 한 가득이라,
나는 종종 눈물 콧물을 쏟았다. 펑펑.

그리고 떠난 여행.
직딩이 되어, 혼자 떠나는 첫 휴가라는 점에 의의를 두면서.
항공권 끊고 숙소를 물색하고 타인의 여행기를 읽으며 준비하는 시간들은 꽤 즐거웠다.

영어라곤 새내기 때 필수로 들은 교양영어가 마지막. (근데 f 받아서 재수강. 캬캬캬캿)
환율도 그다지 곱지 않은 상황.
마침, 몽콕에선 건물 옥상에서 황산을 뿌리는 미친놈 때문에 사람들이 다쳤다는 뉴스.
그것도 여러 번. 근데 아직 못 잡았다는 뉴스를 며칠 걸러 듣는 와중에
엄마는 출발하기 이틀 전, 전화를 걸어왔다.

'신종플루 장난 아니라는데.. 다음에 가면 안 되나.'

엄마, 아우 나 괜찮아. 응? 원래 1년에 한 번만 감기 걸리는 거 알잖아. 이미 3월에 걸렸으니까 올해는 끝났어.
그리고 여기서 취소하면 지금 수수료가 얼만데. 걱정마셔요. 잘 다녀오겠습니다. 꺅!

이래도 즐거웠다. 응. 진짜로.

+ 다녀와 썼던 짤막한 여행기.
++ 이 포스팅은 디카 버전으로 별다른 맥락없는 순행적 구성.

아..

저기에 낀 김치와 조미김은 뭐지. 하면서 싹싹 비웠던 나의 쉬운 입맛에 감사.
공항에서 빠져나오니 조금 실감이 났다. 더워! 덥다구! 
날 죽일 것만 같은 영어와 한자를 헤치며 무사히 버스에 탑승.
침사추이 行 A21. 2층 맨 앞자리 차지하고 신기함 반 신남 반.

옆엔 부모님 모시고 온 일본 아가씨가 앉았다.
우린 더듬더듬 이야기했다. 아 진짜 더듬는 건 아니었고.
영어로. 그리고 일본어도 써 가며. 
'두 유 노 하나요리 당고?' 뭐 이런 식으로 아는 척 좀 했다. 

침사추이 이슬람 사원. 옆엔 구룡공원이 있다. 여기 근처가 맞을텐데..
약도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모르겠어서 한참을 헤매다 발마사지 호객행위하는 아줌마께 여쭤보았다.
아줌마, 잠깐 들여다 보시더니 아예 그 앞까지 데려다주셨다. 감사합니당.

덥긴 진짜 덥구나. 로비에 들어서며 한숨을 돌렸다.
주섬주섬 바우처랑 여권을 꺼내 들이미는데 이것저것 검색해보더니
'너 예약이 안 되어있는데?' 한다. 뭐라고? 헐!!
'나 예약했다고. 이거 봐. 프로모션 코드로 해서 예약했는데?'
'음.. 근데 안 되어있다고 나와있어.'

망연자실. 끄아.. 귀에서 연기가 나려고 했다. 겨우 정신 차리고 그럼 다른 방은 있니? 물으니
있긴 있는데 내가 예약했던 급의 방은 없다고 한다. 그.. 그건 얼만데? 


울며 겨자먹기로 묵은 방.
프로모션도 예약 할인도 적용되지 않아 시작부터 예산 초과. 엉엉 ㅠㅠ 

그래놓고 씩씩하게 딤섬 부페 먹으러 갔다.
맛있엉... 헤헤헤헤헤헿

어! 비다.

구룡공원을 지나 페리 예약을 하러 가는 길.
여기 맘에 들더라. 도심 한복판에 넓은 규모로 조성된 공원. 그리고 홍학도 있어!

로얄퍼시픽 밑에 페리 선착장이 이어져 있다.
내일 날짜 티켓을 사고 슬슬 걸어다니기 시작.

시내 곳곳에 널린 허유산. 망고주스 맛있엉.. 헤헤레헿
뭐든 안 맛있겠냐마는...

페닌슐라 로비.
애프터눈 티 먹으러 간 건 아니고.

엘리베이터까지 탄 까닭은

화장실 가려고.

로비 직원에게 당당하게 물어보니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라고. 감사합니당.
나중엔 페닌슐라에서 티파니 은식기로 애프터눈 티 잡숴주겠솨.
시계탑.
옛날 여기서 모스크바 行 기차를 탔다고.
이런 거 보면 또다시 넓은 세계관에 대한 갈증이 하악하악.
여긴 구룡반도의 끝. 저기 보이는 건 홍콩섬.
한강 정도의 폭 되려나, 근데 훅 끼치는 바다 냄새. 파도도 친다. 진짜 바다 맞구나.. 했다.
저기 보이는 이소룡 동상, 스타의 거리.
퍼시픽 커피 컴퍼니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서점판 대신 손수 만든 가이드 북
이자, 가계부이자, 일기장으로 유용하게 사용했다.

나라 별로 한 권씩 만들면 재미있겠다.
심포니 오브 라이트.
맨 처음에 참여하는 빌딩들 이름을 소개해주는데,
호명된 빌딩은 깜박깜박 불을 켜며 나에요 나! 한다. 귀엽다.

이거 보려고 좋은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한 무리의 여자애들이 내 앞을 가로막는거다. 헐..
옆에 있던 아저씨가 '여기 이 아가씨 자리야.' 해줬다. 고맙습니당.
페닌슐라의 위엄.
지하철 타고 가도 될 것을 힘차게 걸어가 도착한 몽콕 야시장.
황산테러의 그 몽콕이다.
남대문 시장 느낌이 났다. 갈치조림이 생각났다.
지하철 타고 내리면 보이던 음반가게.
항상 마이클 잭슨 공연 실황 dvd를 틀어놓아,
거리에 흘러넘치던 멜로디와 박수소리.

지나던 사람들이 종종 서서 한참을 구경하다 갔다.

갑자기 쏟아지던 비에 지오다노 처마(마땅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데, 좀 처마 같았다) 밑에서
비를 피하는데 그치려 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거다. 그래서 그냥 냅다 뛰었다.

돌아와 에어컨 빠방하게 틀어두고(첨엔 온도 설정 잘못해서 더운 바람 나오는 바람에 식겁) 
씻고 나와 샤워가운 입자 졸지에 사모님이 되어 

저 넓고 푹신한 더블베드에서
오늘밤 내 수청을 들라.

호령하고 잠들었다.


이글루스 가든 - 하루에 한장. 사진 일기를 쓰자!

덧글

  • arealland 2010/06/06 22:22 # 답글

    으잌 좋은사진이 너무 많아서 뭐라고 고르질못하겠어요!
    혼자 여행.. 로망이네요 로망 :)
  • 한량 2010/06/09 11:37 #

    잉! 혼자 여행 좋더라구요. 마음이 씩씩해진 느낌.
  • 하다 2010/06/06 23:42 # 답글

    아사히야, 수청을 들라!
    좋은데요? 외롭지 않았겠어요ㅋ
  • 한량 2010/06/09 11:38 #

    아사히를 시작으로..
    여럿 바꿔가며 난하게 놀다 왔습니다. 캿캬
  • Road Camelot 2010/06/07 10:40 # 답글

    이야..... 정말 멋있습니다 :)

    카메라 무엇 쓰시나요? 정말 사진이 예술이에요.
    더운 나라 홍콩을 시원하게 찍어오셨네요.

    진짜 굿굿굿입니다 :)

    지금 입맛이 없어 고생하는데 사진 보고 입맛이 살았네요 :)
  • 한량 2010/06/09 11:39 #

    우왓 감사해요.
    카메라는 그냥 똑딱이 ㅎㅎ 캐논 익서스 110s 에요.
    저도 사진보니 생각나네요. 맛난 것들 위주로..
    아악 배고파요 지금 ㅠㅠ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