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명훈,『타워』(부제:꽃같은 세상에 은유로 쌓아올린 금자탑) 읽기

마지막 주 토요일. 흥얼흥얼 신이 나서 향한 까닭은, 무엇보다 보고싶으니까. 헹헹 웃으면서 신촌 行.
토요일 신촌이라닛, 게다가 우루과이 戰이 있던 날이니. 거리는 온통 벌건 사람들로 가득찼다.
 
아오, 다들 빨갱이들이야! 하고 모임 장소에 들어서자,
부부젤라 닮은 벌건 피리를 물고 있는 보라언니. 게다가 앙증맞은 태극기도 달려있다. 헐퀴!
그래놓고 내 연애를 주제로 뒷담화를 꽃 피우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고마워요. 저 하나 희생하여 분위기가 좋아진다면야..

반가운 얼굴들이 모이고, 토론이 시작되었다.

오늘도 마포홍언니의 협찬. 폴앤폴리스 빵 최고담.

이 달의 주제는 (아마도 발제자 '밝'님의 입김이 분명한) SF.
장르소설에 약하디 약한 나로서는 추천 도서 목록들을 이야기 할 때도 입 한 번 못 떼고 있었더랬다.
다른 추천작(로버트 A 하인라인,『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 어슐러 K 르 귄. 『빼앗긴 자들』)을
제치고 배명훈의 『타워』가 선정된 것은, 순전히 착한 분량.. 때문에. 그리고,

'100년 후, 한국 문단은 작가 배명훈이 이 땅에 있었다는 사실에 뒤늦은 감사를 표해야 할 것이다.'
- 박민규.

이런 엄청난 추천사를 보고 우리는 호오호오 오글돋네.. 하면서도
우리도 서로에게 이런 말을 써 주는 날이 온다면야, 각오하시라...

'이런 작품을 알아보지 못하는 스웨덴 한림원의 저열한 수준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 정도? 껄껄껄.

책은 굉장히 술술 넘어갔고, 그러면서도 독창적인 상상력이 나를 자글자글 끓어오르게 했다.
SF라는 것도 사실 현실에 기반한 세계니까. 타워가 상징하는 바들을 찾아내는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몇 가지 인상깊은 발제들.

1. 6편의 연작 중, 가장 인상깊은 작품은?

- 나는 지금 연애중이라 <타클라마칸 배달사고>가 제일 좋았어요. 라고 말하는 바람에
  '그런 하등의 쓸모없는 이유는 듣고 싶지 않다.'라는 질타를 받았다.
  <광장의 아미타브>, <자연예찬>, <동원박사 세 사람>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책을 읽은 이후, 줄곧 나의 메신저 대화명은 '타클라마칸 아미타브'다. 둘다 찡하게 좋아서.

3. "상상력의 원천이 되어주는 이번 정권이 끝나기 전에 좋은 작품을 많이 써놔야겠다." 라는 말로
    은유하는 바를 분명히 드러낸 작가. 소설에 드러나는 상징들과 연결되는 한국 현실에는 어떤 것들이?

- 용산참사 및 촛불집회. 좌 우파 간의 대립.
  외국인 노동자. 명분없는 전쟁. 외부의 적을 만들어 내부의 단결 유도. 386 세대의 현실화. 부동산 투기. 
  등이 나왔다. 상징을 찾아내며 감탄을 금치 못하던 찰나, 홍언니가 기막힌 문장을 찾아내었다. 
작가의 말에서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하며, 무한한 영감의 원천이신 L씨의 건강을 기원한다.'
    꺄르르. 꺅꺅. 그 L씨가 바로 그 L씨? 맞다면야, 부디 아무쪼록 유병장수하시길 한 마음으로 기원했다.

4. '까페 빈스토킹' 을 예로 들어, 현실 속에서 권력이나 자본, 정치가 비영리적이며 자발적인 개인들의 
   연대를 파괴하는 것엔 어떤 예들이 있을까?

- 이것에 관련해 다들 할 말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우선 홍대의 변화. 언론의 주목과 돈 냄새를 맡고 몰려온 이들의 공격으로 변해가는 모습.
  신촌이나 명동과 다를 바 없는 프랜차이즈들의 난립. 언젠가 호빠 전단지 나눠주는 삐끼들 보고 기겁한 기억이.
  실험적이고 창조적인 공간과 그속에서 연대하며 문화를 만든 젊은 예술가들은 땅값에 밀려
  인근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  
(난 거의 분노 게이지 폭발하며 열변을 토했다. 
   2004년만 해도 스타벅스는 하나밖에 없었다구요. 근데 지금은.. 어휴. 말도 마세요. 
  어디선가 경제 연구소에서 올해의 트렌드는 '인디'라고 발표하는 거 보고 완전 짜증이!
   트렌드로 규정할 수 있는게 인디에요? 결국 다 자본들이 헤쳐먹으려 들잖아요. 
지들이 뭐라고. 더이상 망가뜨리지 말란 말이야.
   하며 울컥 오브 울컥)
  그렇다면, 홍대의 상상마당이나 흥국생명이 인수한 씨네큐브나.
  기업의 차원에서 대안공간을 표방하며 인디, 비주류, 독립, 예술을 지원하는 것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
  긍정적인 차원으로는 아무래도 안정적인 자금 지원이 가장 크겠고, 전문화 된 기획과 홍보를 꼽을 수 있다.
  부정적으로 생각해보면 우선 기업 이미지 쇄신 및 홍보의 목적을 가지며. 
(KT&G, 담배 자본이 상상마당을 통해 젊고 혁신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 ) 
  세상의 진리가 그렇듯이, 돈줄 쥐고 있는 자들이 결국 모든 것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것.
  그것도 세심하고 교묘히 눈치채지 못하게. 하지만 결국 자기들 입맛에 맞게끔 조종할 수 있지 않을까.
  인터넷 대형 까페나 파워블로거들을 공략해 지원 및 협찬을 해주며 점차 상업화되는 모습 같은 예들도. 

  그럼 이런 현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프리마켓, 아름다운 가게, 붕가붕가 레코드(『지속 가능한 딴따라질』), 지역 생협, 지역 공동체처럼. 
  거대 자본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연대들이 늘어나야 한다는 것. 또한 고민하며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노력과.
  인터넷을 통로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잘 활용하고, 오프라인에서의 모임 등으로 굳건해지는 방법.
    
  근데 이건.. 우리 모임이잖아?

  주류 문단의 대안. 꺄꺄꺄꺄꺄꺄꺄꺄. 우물우물 빵 뜯으면서 다들 히히 웃었다.
 
이 외에도, 작가가 결국 말하고 싶었던 것은 <자연예찬>에 나오는 짧은 소설 속 나무들처럼
이 더러운 세상을 지탱하는 힘은 소소한 사람들의 연결된 마음 아닐까. 하는 결론에 도달.
배명훈은 긍정적인 성격에, 사랑받고 자랐을 것 같다는 말랑말랑한 작가론도 등장했다. 

이날 독서퀴즈는 월등히 우수한 성적으로 내가 일등! 상품으로 『스페이드의 여왕』을 받고 신이 났다.
『타워』도 좋았지만, 같은 소설을 읽고 이렇게 다양한 생각을 연결짓고 교차시키며 나눌 수 있는 우리가
너무 좋았다. 혼자 읽고 말았더라면, 아 좋으네. 하고 그쳤을 테지만. 다양하고 다양한 생각들.
공감 비공감의 영역을 부드럽게 넘나들며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미치게 좋다는 생각.

사....사.....ㄹ..... 그냥 좋아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부슬비를 맞으며 학교 정문까지 걸어와 본격적인 응원에 돌입. 사람들 가득 들어찬
실내에서 8명의 예약 테이블을 홀로 지키고 있던 괴물오빠님께 은근한 감사를 드립니다. 

한스는 여전히 진리.
신나게 먹고 마시고 그 와중에 주섬주섬 서로의 손에 매니큐어도 발라주면서 응원을 했다.
...졌지만, 수다 만발.
하루야키와 에비수를 거치니 동이 훤하게 트고 첫 차 다닐 시간이더라.
4차로 감자탕 먹으러 가자는 이들과 안녕하고 난 홍언니와 함께 빠져나왔다.
마침 쏟아지는 비 덕분에, 언니 우산을 나눠쓰고 상수까지 걷는 길. 깨알같은 소식들에 웃음이 절로. 이힛.
택시 안 타고 지하철로 돌아와 뿌듯했던 날.

+  '이듬해 겨울에 한 일주일 동안 옆집이 빈 적이 있었거든. 그때 나는 내 생명의 은인이 누군지 확실히
   깨달았어. 그 일주일 동안 진짜 추워 죽는 줄 알았거든. 딱 8일째 되던 날부터 그쪽 벽에서 온기가 살살
   도는데, 그 온기가 진짜 얼마나 반갑던지. 그건 거의 사랑이었어. 그것도 지고지순하고 절대적인 사랑.
   비웃어도 어쩔 수 없어. 그렇잖아.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무조건 그렇게 반가워하다니,
   사랑의 원형原形이란 게 결국 그런 거잖아.'  
p.118-119 <엘리베이터 기동연습>

++ 7월의 주제는 '금기'. 꺄옼! 하악하악. 현재 까페에선 추천 도서를 투표중인데, 탐난다. 탐이 나..
  아마도 7월 마지막 주가 되겠지. 그땐 엠티 겸 하여 야외로 떠난다는 이야기도 떠돌던데,
  난 그때 못 간다규. 세상에나.. 말이 돼? '금기'를 주제로 토론하는데 내가 빠져?
  엉엉 울고 싶다. 진짜. 
 
  ...후기 꼭 올려주세요. 녹취도 환영합니다.

이글루스 가든 - 매일 매일 한 편의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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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0/07/07 11:4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한량 2010/07/09 10:58 #

    와, 삼세번씩이나.
    덕분에 아무 생각없던 저도 스크롤 올려보고 웃었어요.
    바보처럼 히죽히죽 ㅋㅋ

    첨엔 그냥 사람들이 좋으니까 우리 뭔가를 해보자란 마음으로 시작한 건데,
    하다보니 참 좋드라구요. 다시금 어디에 어떤 자리에 있든 함께하는 사람들이 중요하다.
    란 것도 새삼 깨닫네요. 사실 전 그냥 니예니예 따라가는 캐릭터라.. ㅎㅎ

    음. 저도 실천은 항상 아쉬우나, 이상이 펄럭이고 있다는 것에 자조적인 위안을.
    ^^
  • 바이올렛 2010/07/16 23:45 # 삭제 답글

    훌륭한 후기로다
  • 한량 2010/07/20 12:18 #

    7월말이 아쉽소만.......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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