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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들의 고향

칠월이 되기 전이었나, 문득 용기를 내어 메시지를 보내보았다. 그리고 온 답장. 괜히 보낸 것일까 걱정하던 것이 무색해질만큼 반가워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몇 번의 메시지가 오고 간 후, 우리는 칠월의 금요일에 만나기로 했다. 내 얼굴을 모르니 드레스코드를 정해야 한다는 말에 나는 냉큼 레드라고 말했다. 부토니아 생각을 지우고...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오후 세 시부터

마감을 끝냈다는 크세니아를 태우고 낙산공원으로 향했다. 북한산에 다녀왔다는 말에 낙산공원도 가 보라고 추천했었는데, 그 말을 듣고 그 동네에 다음 숙소를 잡았다고. 날은 무덥고, 우리는 에어컨 바람을 쐬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쪽쪽 빨았다. 드라이빙 까페라며 잠시 웃었다. 크세니아는 마침 나오는 음악을 듣고는 블랙 스커트!라고 ...

기다리는 마음

특별한 약속, 이를테면 내가 차로 서울역이라든가 공항버스 정류장이라든가 태워줄 일이 있지 않으면 체크아웃 때 부러 마주하지 않는다. 짐을 챙겨 나가는데 오죽 바쁘겠지 싶어서. 괜히 호스트 온다고 신경쓰이게 하고 싶지 않아서. 체크아웃은 어떻게 하면 되니? 라고 물어오면, 나가고 나서 나한테 메시지 하나만 줘 라고 답한다. 그러면 게스트들은 또박또박 잘 ...

어떤 공상

스크롤을 몇 번 굴리는 사이, 혹은 엄지를 몇 번 튕기는 사이 풍경은 조금씩 달라진다. 맑았다가 흐렸다가, 밝았다가 어둡다가 그렇게. 여름에 머물 숙소를 찾기 위해, 다른 나라의 숙소를 뒤적거렸다. 비 오는 일요일 밤, 종로의 스타벅스에서였다.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 예약 확정 버튼을 누르자, 호스트인 소피아에게 보낼 메시지 창이 뜬다. 여행의 목적과,...

원서동에서

교토의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 앉아, 나는 자식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팔불출의 마음을 알겠노라고 말했다. 원서동 집은 제게 그런 의미를 줘요. 라고. 시부모님의 표정이 잠깐 굳었다. 그깟 집 말고 진짜 손주 어떻게 안 되겠니, 라고 묻고픈 심정이 슬며시 비쳤다. 다행히 이야기는 스물스물 잘 넘어갔다. 이게 육 년차 며느리의 구력.외국에...

얇은 낯으로 그렇게

낙엽이 발에 채이던 계절의 일이다. 얇은 코트를 입은 우리들은 청와대 옆 샛길로 숨어들었다. 이윽고 만난 조그만 레스토랑. 안쪽에 자리잡은 작은 룸에 모여앉자, 주방장 특선 요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외국 엄마를 둔 적은 없지만, 외국 엄마가 만들어줄 법한 음식들이었다. 다른 이들의 소감도 대체로 그러했다. 한낮임에도 와인을 ...

겨울나날

자고 일어나니 이런 세상이었다. 친구가 배달시킨 트리와, 트리 장식들. 저 나무를 심을 때만 해도, 이 녀석이 잘 자라겠나 걱정을 했는데, 거뜬하게 잘 살고 있다. 원래 추운 곳에서 잘 사는 나무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이날은 늦게 출근해도 되는 날이라, 느적느적 게으름을 부렸다. 준비를 다 마치고서도, 시간이 남아 뒹굴대는데, 저 새하얀 눈이 차에도 ...

10. 좋은 날

여러모로 기쁜 날이다. 우리는 즐거운 날을 기념하여, 퇴근 후 다시금 원서동에서 만났다. 부러 헌재 앞까지 걸어가 치킨과 맥주로 축배를 들었다. 밤바람은 찬데, 오고 가는 이들의 얼굴은 밝아 모두가 비슷한 마음임을 알았다. 배를 채우고 나선, 우리가 좋아하던 까페에 가 맥주를 더 마셨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는 길. 어쩐지 이젠 다들 헌재 앞에 모일 것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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